못(Mot)을 소개할까, 아니면 이이언(eAeon)을 소개할까 고민하다가, 이제 명실상부한 5인조 밴드가 된 못을 소개하기로 했다.
못은 모순적인 음악을 한다. 첫인상은 밴드의 이름처럼 아주 음습한 연못을 연상케 한다. 우울함이라는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절망의 바닥으로 끊임없이 가라앉게 된다. 그러나 그 바닥에서 귀를 기울이면, 아주 정교한 건축물을 쌓듯 공학적으로 구성된 리듬과 화성과 사운드를 발견한다. 그리고 우울감 속에서 기묘하게도, 이불 속에서 머물고 싶어지는 기분과 비슷한 어떤 따뜻함이, 듣는 사람을 감싼다 (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).
머리 위로 검은 하늘 / 구름 뒤로 조각난 달
못의 멤버들, 이이언(리더, 보컬), 이하윤(건반), 송인섭(베이스), 조남열(드럼), 유웅렬(기타)은 모두 '음악 고수'다. 낯설면서도 익숙한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일 것이다. 리더인 이이언은 음악에 있어서는, 쉽게 말하자면 완벽주의자다. 못은 지금까지 세 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, 발표 시기가
1집 <Non-linear>: 2004년 (제목 봐......)
2집 <이상한 계절>: 2007년
3집 <재의 기술>: 2016년
이다. 3집은 멤버들 모두의 곡으로 되어 있지만, 5인조 밴드가 구성되기 전의 앨범들인 1, 2집은 작사/작곡과 편곡을 이이언이 전부 했는데, 그의 블로그와 인터뷰들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강박적으로, '자신의 영혼을 소모시켜가며' 작업을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다.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5인조 체재로 바꾼 것도 '이런 방식으로는 음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겠다'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한다 (사실 세션 멤버들에게 멤버 제의를 했을 때 모두 수락해서 당황했다고 한다).
함께 보낸 날들은 너무 행복해서 슬펐지
내 마음을 닫을 시간이야
이이언은 곡들을 리메이크해서 다른 색깔로 바꾸기를 즐긴다고 한다. 아래는 2016는 지산록밸리페스티벌에서 <Pick Me>를 커버해 올린 곡. 한동안 트위터에 우울한 곡만을 만들고 부르다 보니 우울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취지의 트윗을 했었는데, 농담처럼 한 <Pick Me>를 불러 생명을 연장해야겠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습니다.
생명 연장 실패
이이언은 미디어 아티스트이기도 한데, 2집 발표 후 성대결절로 활동을 쉬는 시기에 한국예술종합학교(한예종)에 다니면서 소리와 영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여주는 방법을 연구한 듯 하다.
'Atom Leaves' by eAeon
https://vimeo.com/173304164
소설가 김영하의 소설 <아무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>의 북트레일러를 제작하기도 했다 (유투브의 콘텐츠 경고가 인상적이다).
다시 못 얘기로 돌아와보면, 개인적으로 3집은 (못 기준에서) 1집과 2집에 비해 대중적이고 트랙들의 분위기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. 하지만 앨범을 낸지 몇 개월 후 공연에서 못은 중대발표를 하는데...... 바로 3집에는 모든 멤버의 곡이 들어갔다는 것. 그제서야 마음 속에 마음 속의 미심쩍은 부분이 풀렸다.
못 관련 상품은 나오면 뭐든 사고 있다. 일명 덕질...... 티셔츠, 후드, 악보집, CD앨범, LP 등. 해외에 있어서 공연을 못 가는 게 한이다.
영업:
DCinside Mot 갤러리 http://gall.dcinside.com/board/lists/?id=mot (멤버들도 활동한다)
이이언 블로그 blog.naver.com/ashcraft (이이언이 직접 쓴 글들과 직접 그린 그림들을 볼 수 있다.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마다 들어가보는 편)
이이언 트위터 https://twitter.com/eaeon
호드와 얨냼이(이이언의 반려견) 트위터 https://twitter.com/hohorde
메밀향 막국수: 마포구에 위치한 멤버들이 자주(가끔?) 들른다는 음식점. 이이언이 한번 굉장히 맛있는 집인데 손님이 없어서, 망하면 안 된다고 트위터로 홍보를 했던 곳이다. 집에서도 가깝고 하여 한국에 온 김에 친구랑 갔는데 정말 맛있다. 보쌈, 막국수, 기타 사이드 메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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